내년에 약 값이 20배 오른다?
2022년 신포괄수가제 제도 변경
최근에 ‘신포괄수가제’라는 말이 SNS 곳곳에서 이슈가 됐습니다.
발음도 어렵고 생소한 이 단어가 논란이 된 것은 유튜버 ‘김쎌’이 올린 영상 때문이었습니다.

암환자인 본인이 신포괄수가제 변경 때문에 내년부터 약값이 30만원에서 570만원으로 20배 가까이 올라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포괄수가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길래 약값이 20배나 오르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신약 ‘키트루다’로 암과 싸우는 유튜버 김쎌
유튜버 김쎌은 자궁경부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중인 유튜버이자 현대미술 작가입니다.
온몸 곳곳에 암이 전이되었지만 고가의 항암제인 ‘키트루다’ 덕분에 보통 사람과 다름없는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의 일종으로, 1회 치료비용이 570만원 정도이고 3주마다 투여합니다.
1년이면 약 1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셈입니다.
김쎌도 처음에는 이 비용을 다 내고 투약을 했지만, 신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병원으로 옮기면서 1회당 30만원으로 비용이 줄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내년부터 키트루다를 포함한 2군 항암제들이 신포괄수가에서 제외되어 다시 치료비용이 높아지게 되고,
감당하기 어려운 약값에 치료 포기를 각오하고 있다며 신포괄수가제 변경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신포괄수가제란?
신포괄수가제가 무엇이길래 570만원이었던 치료비용이 30만원으로 줄어들었을까요?
신포괄수가제는 병원비를 정하는 방식 중 하나인데요.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를 절충한 방식입니다.

‘행위별수가제’는 진료를 많이 할수록 병원의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에 과잉진료의 가능성이 있고,
‘포괄수가제’는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지만 반대로 의료의 질이 떨어지거나 과소진료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치료에 적용하기가 어려워 보편적인 수술 7종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질병에 적용하고 다양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진료는 포괄수가로 정하고,
수술이나 시술 등 다양한 치료를 별도로 하는 신포괄수가제를 일부 병원에서 시범적용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신포괄수가제를 적용하면 병원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신포괄수가제에서는 기존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부분까지 보험적용이 되기 때문입니다.
표적항암, 면역항암과 같은 고액의 신약을 이용한 치료는 기본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치료비가 들기도 합니다.
현재 신포괄수가제에서는 이런 고가의 약재에 대해서도 ‘급여기준’이 있는 경우에는 환자가 비용을 내긴 하지만,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서 약값의 5%만 부담하고 처방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변경되는 신포괄수가제
그런데 건강심사평가원에서 내년부터 신포괄수가제의 내용이 일부 변경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병원에 발송하였습니다.
전액 비포괄 항목이 늘어나면서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늘어난 것입니다.

김쎌이 처방받고 있는 키트루다와 고액 면역항암제로 유명한 여보이 등의 신약은 2군 항암제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이런 신약들은 신포괄수가제가 적용되기 전처럼 전액 본인 부담으로 치료받아야 하게 된 것입니다.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안내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소 억울해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혜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혜택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입장입니다.
현재의 기준에서도 키트루다 같은 항암제는 전액 또는 일부 본인부담을 해야하는데,
일부 병원에서 급여기준을 임의로 결정해 본인부담률 5%를 잘못 적용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 적용되던 부분을 명확히 해서 내년부터는 제대로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병원에서 잘못 적용하고 청구했다고 하더라도 바로 정정하지 못해서, 환자들에게 희망을 줬다가 뺏는 상황이 된 것은 복지부의 책임입니다.
새로운 제도를 시범 적용하는 과정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암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환자들에게 너무 가혹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기존에 신포괄수가제의 적용을 받아 치료하던 환자에 대해서 내년에도 종전과 같은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 (10.20)
구체적인 적용 방안이 나와야 하겠지만, 아마도 유튜버 김쎌, 그리고 같은 상황에 있던 환자분들은 기존에 받던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신포괄수가제는 불필요한가요?
이번 개편으로 기존 환자들을 제외하면 더 이상 2군 항암제나 초고가 약재들을 저렴하게 처방받기는 어려워졌지만, 신포괄수가제는 여전히 유용한 제도입니다.
신약 치료를 제외하더라도 행위별수가제에 비해서 비보험 검사 등에도 보험이 적용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병원비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며칠을 입원하든지 상관없이 입원비와 기본 진료비가 정해져 있어서, 환자를 짧게 입원시키고 기본 진료를 적게 할수록 병원의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과소진료, 혹은 의료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사실 과잉진료와 과소진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한 제도는 없습니다. 병원이 환자보다 수익을 우선시 한다면 어떤 제도에서든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다행히, 건강보험공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포괄수가제를 시범적용 중인 병원을 이용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일반 병원에 비해 낮지 않다고 합니다.
어떤 병원에서 신포괄수가제를 적용받을 수 있나요?
포괄수가제는 2013년부터 전국 모든 병원에 적용되었고,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반면에 신포괄수가제는 시범적용 중인 제도로, 현재 전국 98개의 병원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적용 대상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나 고객센터(1644-2000)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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